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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차례상에 대한 단상

 

기존 차례상 배치도

 

기혼 여성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1년에 2개의 이벤트가 있죠. 바로 설날과 추석입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름냄새 풍겨야 명절같다는 시부모님들 덕분에 우리 며느리분들은 전을 부치고, 송편을 만들고, 찜갈비를 만들죠. 게다가 시댁이 차례나 제사까지 지내는 집이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힘드실 겁니다.

또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도 결국에는 냉동실 구석에 쳐박아서 진품명품에나 나올 법한 골동품이 되서 몇년 후 발견하곤  합니다. 이렇게 조상님 드시라고 후손들이 힘들어하는 차례상의 세태에 대해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자 우리나라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성균관에서 공식적인 전통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이 굉장히 파격적입니다.

 

 

 성균관, 전통 차례상 표준안 발표

 

성균관 추석차례상표준안
성균관에서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

 

9월 5일 유교사상과 전통문화를 가장 잘 계승하고 노력하는 대표기관인 성균관에서 차례상에 대한 뜻밖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에 따르면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올리는게 오히려 제사를 지내는 예의가 아니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차례상을 어떻게 차리는게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것일까요?

 

음식 가짓수는 9개면 충분하다.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9가지입니다. 여기서 추가해야 한다면 육류, 생선, 떡 등을 추가할 수 있으며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끼리 협의하에 결정하면 된다고 합니다. 성균관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경전 "예기"의 "악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고 나와있으니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므로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간 차례상의 예법으로 여겨진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은 예법과 관련된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는 점도 소개를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 외에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에 따라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이러한 불상사는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는게 성균관의 의견입니다.

 

 

 명절차례상 이제는 바뀔때가 되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차례문화는 잘 바뀌지가 않는듯 합니다. 아마도 조상님께 잘해드리고 노하지 않으셔야 우리들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간소화 하고 싶은 의지를 꺽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성균관에서 차례상에 대한 올바른 예시를 발표하기 전부터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300년이 넘은 안동 종가집의 차례상을 사진으로 본적이 있습니다. 

 

안동종가집차례상

 

육포를 올리고 대추, 밤, 배, 백설기, 물김치 이렇게 올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지만 이게 차례상의 전부입니다. 다른 종가집을 보더라도 상의 사이즈가 딱 정해져 있어서 더 올리고 싶어도 못올리고 간소화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보면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을 올려야되는 건 우리들의 과시욕과 경쟁의식 속에서 성장한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옆집에서 저렇게 거하게 조상을 대접하니 우리는 더 거하게 차려야지라는 욕심이 오늘날의 거창한 차례상을 만든겁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차례상의 평가는 음식의 가짓수가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정성과 진심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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